기자

남이 해(害)할지라도 나는 아니 겨루리라/ 참으면 덕(德)이요 겨루면 같으리니/굽음이 제게 있거니 겨룰 줄이 있으랴. 조선시대(영조) 가객(歌客) 백회재(百悔齋) 이정신(李廷藎)의 시조가 문득 떠오른다.  가슴을 저미는 울림이려나…젊은날 새벽 풍경소리가 그러하듯, 어린시절 황혼무렵 워낭소리가 그러하듯, 뜻모를 아련함이 묻어나온다. 이 시조는.

그러지 말아야지, 내가 조금만 더 참아야지, 매번 주문처럼 웅얼거리며 나를 꾸짖었지만 사는게 외롭고 스산해서였을까 하릴없이 누구를 원망하고 또 원망하며 살아온 것 같다.

마음을 비운다는 것. 도무지 누그러지지 않는 ‘영혼의 가벼움’ 때문일런지 내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도 자꾸만 나를 이기기 위해 싸운다. 오늘도.

천주교 신자들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큰 탓이로소이다’를 가슴 시리도록 되뇌며 끊임없이 자아를 바로세우려 안간힘을 다한다.

또 불교신자들도 참회의 눈물로 속세의 번잡을 씻어내려 부단히 노력한다. 종교의 유무를 떠나서 그러한 그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와닿는 것은, 내 마음이 비록 그곳에 걸리지는 못할지라도 그 고운 심성을 닮고싶어서일게다.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고단하고 황망한 시기다. 사람들 모두가.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망스러운 경제상황은 많은 이들의 마음에서 여유로움을 빼앗고 삶의 너그러움을 가슴속 빈곤의 수렁에 밀어넣고 말았다.

그 와중에도 어려운 이들의 지친 숨결을 어루만져준 기업 특히 금융회사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활발했던 건 희망 한자락을 붙들수 있는 즐거움이었다. 남을 진정으로 위할 때 나도 보이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또 생각한다. 아무도 원망하지 말아야지. 아무도 탓을 하지 말아야지. 나보다 더 힘든 사람들도, 혹은 더 나은 사람들도 저마다 자신의 길을 걸으며 아무런 티를 내지않고 묵묵히 행복의 크기를 키워가고 있는데 스스로 미움의 함정에 빠져 안달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용서를 해야하나. 그러면서 살면되나. 아니다. 스님들은 ‘용서(容恕)’라는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

용서는 누군가 나에게 잘못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므로 모든 잘못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스님들에게는 용서라는 말이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백회재의 시조도 그러한 정신세계가 저변에 깔려있다. ‘굽음이 제게 있거니 겨룰 줄이 있으랴’ 굽음 즉 잘못됨이 자신에게 있다고 보는 관점에서는 모든 근원이 자신에게서 비롯된 것이므로 부질없이 남의 허물을 들추려하기보다는 스스로 참고 견디며, 관용을 베풀며 자기를 부단히 매질해야 하는 것이다.

천주교에서 말하는 ‘내 탓이오’도 그 의미가 여기에 들어맞는다. 많은 사람들이 마음을 너그럽게 다잡기 위해 노력하는 그 순간에도 불쑥불쑥 나오는 분노를 어쩌지 못하고, 또 감출수도 없는게 인지상정이다.

그래도 모든 잘못이 너에게 있는게 아니라 사실은 나에게 있었노라고 생각을 바꾼다면 마음의 큰 짐을 내려놓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비로소 편안해지며, 그래야 밝은 내일을 볼 수가 있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은 호랑이띠 해이다. 누군가를 미워하기보다는 ‘내 탓’이라고 감싸안고 가야겠다. 그래야 내년엔 호랑이처럼 힘찬 포효(咆哮)를 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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