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욱 편집국장

예년에 비해 짧은 설 연휴를 보냈다.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경인년을 달려가기 위한 다짐을 했을 것으로 본다.

사실 요즘같이 힘들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신정(新正)이니 설날이니 하는 명절이 서민들에게 무슨 의미를 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왕에 만들어 놓은 역법(曆法)에 따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출발한다’는 생각들은 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주변 상황은 그리 녹록치가 않다. 달리 말해서 안팎으로 불확실성과 악재들이 만만치 않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나라 밖 동향을 보자. 최근에 불거진 유럽(PIGS) 재정위기, 미국 금융규제 강화와 중국 긴축정책 움직임 등이 우리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일시적이며 이미 ‘노출된 리스크’라는 견해도 있고, 최근 보도에 의하면 세계경기 침체는 끝났다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지만, 현재 주요 국가들이 추진하려는 ‘긴축정책’이 또 다른 변수가 될 여지는 충분하다.

그리고 이와 관련하여 세계 각국의 증시를 점령하고 국경을 넘나드는 막대한 자본(이 중 실물경제와 무관한 투기적 성격의 금융자본이 90% 이상을 차지)들이 요동칠 경우 가뜩이나 외국자본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은 엄청난 것이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08년 촉발됐던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주요 국가들의 이슈가 되고 있는 ‘출구전략’이다. 출구전략의 성패는 타이밍에 달려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한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히기는 했으나,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와 외국펀드에 취약한 증시 상황을 놓고 볼 때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리의 독립적 대응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주도면밀한 정책과 외교력을 통해 11월에 열리는 G20회의에서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힘써야 할 것이다.

눈길을 돌려 내부를 들여다보자. 최근 미국 측에서 ‘급변사태’에 대비한 훈련을 제의해 올 정도로 북한의 정세가 불안하다. 북한 내부의 정정(政情) 불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화폐개혁 실패 이후에 전해지는 소식들은 언제 어떻게 시한폭탄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지경까지 치닫고 있다.

이 또한 우리경제와 국민 살림살이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독일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안으로 미리미리 대비를 서두르는 일이다.

지금 우리사회는 심각한 구조적 변동기에 처해 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고령사회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14%를 점유하는 고령사회는 2018년에, 20%를 상회하는 초고령사회는 2026년이면 닥칠 것이라는 예측이지만, 일부 학계에서는 몇 년이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저출산(2009년 합계출산율 1.19명) 문제와 금년부터 시작되는 베이비부머(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지칭)들의 은퇴는 타는 장작에 기름을 붓는 형국이 되고 있다.

고령사회에서는 무엇보다도 경제인구 감소로 인한 노동력 부족과 국가동력의 저하로 잠재성장률이 둔화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의 합계출산율이 지속되고 고령화가 이어진다면 잠재성장률은 2020년 4%대 초반에서 2030년에는 1.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밖에도 조세부족으로 인한 정부의 재정악화와 국민연금 고갈도 우리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가할 것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향후 9년간 712만 여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한다고 가정할 경우, 같은 기간 경제활동이 가능한 15세 이상의 인구는 165만 여명이 줄어들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세수는 현재보다 7조7,210억원 줄어들고, 이를 충당하기 위한 베이비붐 이후 세대의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국민연금의 연간 급여지급액도 2010년 9조8,500억원에서 2030년에는 85조5,000억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사회적 불균형으로 인한 심각한 경제적 손실과 국력의 감소가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안이 이렇듯 심각한데도 현재까지의 정부나 정치권의 대응 수준은 한마디로 함량 미달이다. 극히 일부에서만 문제를 제기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을 뿐이다.

과연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해결책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지금 날만 새면 나라를 온통 어지럽게 하고 국민들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있다. 바로 세종시 논란이다.

한 발 앞서 불거졌던 4대강 사업은 우여곡절은 겪었지만 MB정부가 의도한 방향으로 굴러는 갈 모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세종시 문제는 이미 국책 차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이제 이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 국회는 온전한 기능이 마비된 상황이다.

이제는 한술 더 떠 총리 경질까지 거론되고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황당한(?) 제안까지 나와 또 다른 논란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헌법 취지나 헌재 판례를 들먹일 필요도 없다. 국민투표는 정치인들의 전가의 보도(傳家寶刀)가 아니다.

그리고 국민투표로 인한 국력낭비와 손실, 국론분열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우리는 이러한 국가 현안들을 풀어내고 국민들이 편하게 먹고 살게 해 달라고 정치인들을 뽑아 세비를 주면서 대우를 해주고, 고위공직자들에 비싼 세금을 지불하는 것이다.

게다가 금년 정치 일정상 6월에는 지방선거가 있다. 각 정당들은 한 자리라도 더 차지하기 위해 각가지 명분을 내세워 이전투구(泥田鬪狗)하면서 달려들 것이다.

이들에게 ‘민생’이 보일 리가 만무하다. 또한 8월이면 MB정권의 임기도 반환점을 돌게 되고, 각 정당들은 대선체제에 돌입하게 된다.

그 때가 되면 정치인들 눈에는 정권 재창출 아니면 정권 탈환만이 보일 것이다. 과연 그들에게서 최소한의 ‘현실 감각’이라도 기대할 수 있을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은 결코 넉넉하지 않다. 지방선거 이전까지 우선 세종시 갈등이라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국가에는 보탬이 될 것이다. 많은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서 ‘지는 게 이기는 것(以敗爲勝)’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곧 잘 실천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정치라고 안 될 이유가 없다. 양비론(兩非論)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그러고 나서 ‘국가대사(國家大事)’라고 하는 세종시 문제에 대한 진정한 평가는 역사에 맡겨도 좋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역사의 물줄기 속에서 한 순간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역사의 사실에서 반면교사(反面敎師)를 찾아야 한다.

우리 후손들은 이 문제를 추진했던 정치인들을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 연초에 실시했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지금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는 ‘먹고 사는’ 일이다. 올해 경인년만이라도 정치가 국민들의 뜻을 진정 헤아렸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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