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주 금년 11월에 열릴 예정인 G-20 정상회의에 맞춰 ‘국격’을 높이기 위한 80개 과제를 선정 발표하였다.

그리고 이를 통해 대한민국을 '성숙한 세계 일류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도 아울러 천명하였다. ‘선진화’라는 국가비전 실현을 위해 ‘창조적 실용주의’를 실천규범으로 삼고 있는 ‘실용정부(實用政府)’다운(?) 정책 발상이다.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질서가 지켜지는 기본이 된 사회', '나누고 배려하는 따뜻한 사회', '전통과 미래가 어우러진 문화·기술 강국'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선진 시스템', '세계와 함께 하며 존경받는 나라' 등을 추진방향으로 하고, 20개 전략 부문과 함께 부문별로 각 부처가 세부 과제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게 보인다.

그러나 우선 정책의 핵심 개념인 ‘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치가 않다. 우리말사전에도 없는 단어가 등장한 것이다(굳이 풀어 쓰자면 ‘나라의 격’?).

아마도 ‘나라의 품위’나 ‘나라의 위상’ 정도를 생각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국격’의 높낮이를 가름하는 가치척도는 과연 무엇이며, 또 어느 수준이 되어야 높아졌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비교기준도 절대적인 것인지 상대적인 것인지 모호하기만 하다. 어쨌든 어렵사리 신조어(新造語)를 만들어 낸 정책입안자나 결재권자의 노고를 감안하여 이 문제는 이쯤 해두고 몇 가지 짚어 보자.

 G-20 정상회의에 맞춰 8개월 동안 도시·기간시설의 디자인을 개선하고 리모델링하고 녹색도시를 만들어 ‘국격’을 높이겠다고 한다.

손님들을 초청했는데 집안에 낡고 망가진 구석들이 있으니 도배하고 페인트칠 새로 해서 손님맞이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국격’이 높게 보이고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것인가? 한술 더 떠 방송통신위원회를 내세워 방송언어와 드라마 품격을 향상시켜 ‘국격’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지금 이슈가 되고 있는 막장드라마나 막장예능프로그램 등은 제작진, 작가, 출연자 그리고 일부 시청자들이 가세하여 만들어 내고 있는 시대적 파생물(派生物)이다. 방통위의 언어 순화 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런 사회현상을 고개를 내민 두더지 머리를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일명(一名) ‘두더지 게임’ 정도로 간주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또한 ‘선진 시위문화’를 정착시키고 ‘노조 시위문화’도 확립시키겠다고 한다.

이 역시 새삼스러운 과제가 아니지만 행여 주요국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서 과격 시위가 벌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국격 높이기’에 포함시켰다면 한참 잘못 생각한 것이다. 시위는 복잡하고 다양한 요구가 분출되는 사회현상이다.

그리고 거기에는 필연적으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며 이와 함께 시대적 상황이 반영되는 것이 시위문화이다. 이런 시위문화를 단기간에 정착시키겠다고 한다.

정부의 단순한 과욕(過慾)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지금 나라가 돌아가는 형편을 보자. 연일 신문지면을 점거(?)하고 있는 교육계와 학교비리들, 끊임없이 발생하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의 독직(瀆職)사건들, 이제는 대상을 불문하고 저질러지는 성범죄, 연쇄살인 사건, 갖가지 경제사범, 청소년들의 일탈행위 등등…, ‘형체(形體)없는 지진(地震)’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느낌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 청소년인구는 저출산현상으로 인하여 1983년을 기점으로 해마다 감소(9~24세 1983년 14,196천명→2009년 10,385천명)하고 있는데도 청소년 범죄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대검찰청 ‘2009 범죄분석 보고서’).

인구가 줄면 따라서 범죄도 줄어야 이치에 맞는 게 아닌가. 대검찰청에 따르면 소년 범죄자 중 하류층 가정 자녀가 62%를 점유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소년 범죄, 특히 빈곤층 가정 자녀의 범죄 문제는 다양한 측면에서의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사회 불평등’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과 교육의 격차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빈곤층 가구도 2006년에 269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16.7%이던 것이 작년 한 해에만 13만4725가구가 늘어 300만 가구를 돌파하였으며, 상대적으로 나라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중산층은 꾸준히 감소하는 추세이다. 게다가 금년 3월 현재 실업자는 400만 명 이상, 가계 빚은 700조원을 돌파했다.

모든 국민이 G-20 정상회의가 알찬 결실을 거두고 성공리에 마무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나라가 처해 있는 이런 중차대한 문제들에 우선순위를 두어야지 G-20 정상회의를 8개월 앞두고 느닷없이 ‘국격’을 높이겠다고 나서니 아무래도 본말(本末)이 전도된 것 같다.

굳이 ‘국격’을 높이겠다면 모양새를 바꿔 남에게 보이려고 할 것이 아니라 본질적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그것은 국민 개개인의 인성(人性), 즉 도덕적 품성을 바로 잡는 일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도 세계로부터 진정으로 존경받고 대접받는 국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국격 높이기’가 아닌 ‘나라 바로 세우기’의 핵심은 교육이다.

그것도 우리가 처한 현실을 감안할 때 내용과 제도 측면에서 가히 혁명적인 개혁을 통한 교육이어야 하며 학교교육·사회교육·가정교육을 망라하는 총체적인 교육이어야 한다.

그리고 교육이야말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물림을 하면서 연속성을 갖고 끊임없이 추구하는 국가적 과제로 삼아야 한다.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고 얼마 전 원적(圓寂)하신 법정 스님의 경구(警句) 한마디를 되새겨본다.

 “살아 있어도 죽은 채로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맑은 정신’으로 지켜보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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