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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투데이>識者층의 사회·윤리적 일탈 행위
   
권욱 편집국장

이른바 배웠다는 사람들의 ‘모럴 해저드’ 가 도(度)를 넘어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그리고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학사들까지.

이대로 가다가는 또 어떤 ‘사’들이 가세해 분탕질을 할지 도무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사(士)가 무슨 뜻인가? 국어사전에는 ‘일정한 자격을 가지고 그 일에 종사하는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으나, 본래는 ‘선비’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선비는 조선시대 양반 계층으로서 학식과 덕목을 두루 갖춘 사람을 일컬었던 말이다.

요즘 식으로 하자면 ‘엘리트’다. 엘리트는 특정 분야의 전문인으로서 사회에서 인정받고 경제적으로도 보장을 받는 만큼 사회에 대한 막중한 책무도 뒤따르는 것이다.

최근 공인회계사들과 변호사가 거액의 돈을 받고 분식회계를 해줘 적자기업을 정상적인 기업으로 둔갑시켰다가 검찰에 적발된 사건이 발생했다.

부실 채권이 발생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놓인 회사로부터 억대의 돈을 받고 회계장부를 조작해 314억 원의 손실을 숨겨준 혐의다.

 이로 인해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이 회사 주식이 작년 4월 상장 폐지될 때까지 10개월 동안 1,569억 원어치가 거래돼 애꿎은 소액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그동안 회계사 등이 암암리에 분식회계 등을 눈감아 주는 형태는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사실상 범죄를 적극적으로 주도한 것으로서 외부감사인과 법률전문가들의 도덕적 해이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와 같은 범죄행위가 자본주의 시장 질서를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부터 촉발돼 세계경제를 파산 직전까지 몰고 갔던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도 따지고 보면 ‘월가(街)’를 장악하고 있는 ‘금융 엘리트’들의 사회윤리의식 상실과 왜곡된 개인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로 인해 얼마나 많은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경제적·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가. 이런 와중에 한편에서는 장학사시험과 관련해 수백, 수천만 원의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교장들이 구속되는 사태가 또 불거졌다.

다른 곳도 아닌 교육계에서 매관매직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학교 운영과 연관된 각종 비리들이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줄줄이 드러나면서 교육감, 장학관, 교장, 교감들이 사건기사의 ‘주연(主演)’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비리 행위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고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이들이 무슨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는 사람들인가?

안타까운 것은 공(公)교육을 책임진 사람들이 이럴진대 정상(正常)교육은 차치(且置)하고 지금 학교 안팎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학생들을 어떻게 올바로 계도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도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많은 교육자들이 후학 양성을 위해 묵묵히 사명을 다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도무지 상식적으로는 설명이 되질 않는다. 일각에서는 형량(刑量)을 높여서 일벌백계해야 한다,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다.

일견 타당성이 있는 말이고 제도가 잘못되었다면 당연히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이는 하나의 방편(方便)일 뿐이다.

우리는 일만 터지면 ‘제도 개선’부터 들고 나오는 타성에 젖어 있다. 그런 대증요법(對症療法)만으로는 치료가 되질 않는다. 제도에 우선하여 ‘의식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인간은 ‘자유 의지(free will)'을 가진 존재라고 한다. 그러나 우리가 이만큼이나마 질서를 유지하면서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알기 때문이다. 이 능력이야말로 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만 주어진 특혜(特惠)인 것이다.

중용《中庸》에 이르되 ‘하늘이 내린 인간의 도덕적 본성(性)을 따르는 것이 도(道) 즉, 문명의 질서요. 이를 갈고 닦는 것을 일컬어 가르침(敎)이라 한다(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고 했다.

이천년 세월이 흐른 지금도 매우 유용한 구절이다. 인간생활의 기본요소인 의·식·주에 관련된 경제문제를 잘 풀어 나가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일이다. 또한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정비전으로 제시한 ‘선진화를 통한 세계일류국가 건설’도 나라의 장래와 후손들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국가적 명제(命題) 중의 하나다.

그러나 시(時)도 때도 없이 선진화를 외쳐대는 상황이 되다 보니 행여나 국민들이 마치 선진화를 달성한 것 같은 심리적 착각 현상에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만시지감(晩時之感)이나 대통령이 나섰다고 한다. 명심할 것은 이 문제는 담당공직자 몇 사람이 머리를 짜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라의 원로들과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런 연후에는 반드시 국민의 신뢰와 동의를 구해 자발적으로 그리고 자연스럽게 국민들의 마음에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

세발솥(鼎)도 다리의 균형이 잡혀야 똑바로 서듯이 경제만 갖고는 나라가 바로 설 수 없다. 언필칭 ‘세계일류국가 건설’은 더욱 요원한 얘기다. 두고 볼 일이다.

권욱 편집국장  desk@thedailymone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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