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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투데이>‘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될 일’
   
권욱 편집국장

나라의 부름을 받고 바다를 지키던 그들이 칠흑 같은 바다 속에서 헤매다 태극기에 덮여 다시 돌아온 것은 침몰 20일만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고, 얼마나 추웠고, 얼마나 무서웠을까.

절망 속에서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하던 실종 장병 가족들은 또다시 실망과 충격으로 오열하였고 온 국민은 슬프고 애타는 마음과 함께 우리가 처해 있는 국가안보 상황의 현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하였다.

지난 19일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 연설을 통해 “침몰 원인을 끝까지 ‘낱낱이’ 밝혀내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군 통수권자로서 아픔과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대통령이 감정에 복받쳐 국민들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우리 국가안보가 처참하게 유린된 사건이며 주권국가의 자위권(自衛權)과도 직결된 사태이다.

 따라서 정부는 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형태로든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을 개입시켜서는 안 되며 대응조치를 강구하는데 있어서도 어떤 선택도 미리부터 배제하는 나약함을 보여서는 안 된다.

또한 군 당국자들도 더 이상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국회의사당 내에서 벌이는 ‘말장난’에 휘둘려서는 안 됨은 물론이다.

 이 시점에서 정부와 군 당국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객관적이고도 명명백백하게 원인을 밝혀내는 일이요,

둘째는 국가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예우를 갖춰 조국을 지키다 ‘전사’한 46명의 희생 장병들이 마지막 가는 길을 영광되게 해 주는 일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이제부터라도 이념적·집단적 편 가르기를 멈추고 원인 규명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정부와 군 당국에게 힘을 실어 줘야한다.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는 성숙한 국민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지금은 국가위기를 극복하는 성숙된 국민의 힘을 전 세계에 보여줄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는 짚고 가야겠다. 바로 이 나라 정치인들이다. 인류 역사상 최대의 테러로 기록되고 있는 ‘9.11 테러’로 2001년에 미국은 무려 5500여명이 희생되고 정신적 공황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비판을 받아야 할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은 90%로 치솟았고 모든 미국인은 저마다 성조기를 걸고 결연한 애국심으로 뭉쳤으며 상·하 양원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부시 정부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우리는 어떤가? 사건이 발생하자 현장에서 사태 수습에 전력을 다 쏟아도 부족할 긴박한 상황에 국방장관 등 군 관계자들을 연일(連日) 여의도로 불러 따져 묻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웬만한 사람이면 이미 다 알고 있음직한 구문(舊聞)에 불과한 질문과 발언을 해가며 시간 낭비를 해댔다. “암초에 부딪친 것 아니냐”, “내부폭발일 수도 있다”, “피로파괴라는 주장도 있다”는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 가뜩이나 불안한 국민들을 헷갈리게 하고 유언비어 확산에 일조(一助)를 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정치인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국회국방위원장이라는 여당의 한 중진의원은 군에서 제공해준 민감한 군사기밀을 기자들 앞에서 공개하는 어이없는 이적행위(?)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야당은 국방장관과 해군참모총장 해임안을 거론하면서 공세를 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북풍’ 음모론까지 들먹이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배후로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대체 이들은 어느 나라 국회의원들인가?

설상가상으로 생존 장병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한 뒤 민주당 원내대표는 “군이 자꾸 무언가를 숨기고 상황을 짜깁기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국민이 의심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정책위의장은 한술 더 떠 붕대를 감고 휠체어에 앉아있던 군인들을 겨냥해 “환자답게 보이려고 위장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이게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제1야당의 고위당직자들이 할 말인가. 그리고 일부 의원들은 천안함 임무와 일지, 교신내용, 항해기록 등을 밝히라는 요구를 했다.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이나 입장을 위해서는 국가기밀이나 국가안보는 안중(眼中)에도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정치적’으로 한 번 해보는 것인가. 그들에게 ‘안보 불감증 환자’ 인지 아니면 정치적 수사(修辭)에 함몰된 ‘정치피에로’들인지 되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제는 또 국정조사를 하든지 국회진상조사특위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누구를 위하고 무엇을 위한 진상조사인가. 지금은 다국적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조사단에게 맡길 일이지 국회까지 나서서 불필요하게 국력을 소모할 때가 아니다.

정치인들이 보여 준 행태의 결정판은 여당 모(某) 최고위원의 경우다. 故 한주호 준위 빈소를 찾아 동행자들과 사진촬영을 하고 기자에게는 사진을 꼭 보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는 것이다.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역사적 기록을 위해서 그랬다”는 구차한 변명을 내 놓았다. 일반인들이라면 상가(喪家)에 조문을 가서 과연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역사’라는 용어를 너무 쉽게 쓰는 것 같다. 보통사람의 생각으로는 곤혹스러울 뿐이다.

국론을 주도하고 통합시켜야 할 정치판이 이 지경이다 보니 인터넷에서는 누리꾼들이 양편(兩便)으로 나뉘어 온갖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황당한 각본까지 써 대면서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군 당국이 초기 단계에서부터 미숙한 대응을 하고 발표내용도 오락가락하면서 의혹이 확산되는데 결정적인 빌미를 제공한 것은 또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지금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수면 아래로 갈아 앉아있는 6.2 지방선거도 정치일정상 이제 곧 전면으로 부상(浮上)할 것이고 정치인들은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갖가지 선거구호와 정략적 발언들을 쏟아낼 것이다. 그렇더라도 이번만큼은 ‘천안호’는 제발 잊어주었으면 한다.

순자(荀子) ‘불구편(不苟篇)’은 이렇게 이르고 있다. “군자(君子)는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가려, 안 될 일이라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해도 결코 해서는 안 된다.”

권욱 편집국장  desk@assembl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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