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호주도 금리를 동결해 놓고 지켜보자 했다가 올렸다. 한국은 왜 그렇게 못 할 것 같으냐, 절대로 못 할 거라고 생각하진 말아 달라."(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지난 5월25일)

예상보다 거센 물가 압력에 호주에 이어 캐나다까지 기준금리 동결 기조 '철회' 대열에 가담했다. 지난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시장의 섣부른 금리 인하 기대를 불식하고자 "우리는 왜 호주처럼 못 할 것 같냐"고 했던 경고가 새삼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올 들어 동결 기조를 이어온 한은이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p) 인상하면 연 3.75%의 기준금리가 적용된다. 이 경우 최근 오름세가 둔화되다 못해 내림세를 보이고 있는 예금·대출금리가 다시금 고개를 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9일 한은에 따르면 이상형 한은 부총재보는 전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 설명회에서 호주와 캐나다의 최근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이 부총재보는 호주와 캐나다가 최근 물가 안정에 대한 우려 탓에 금리를 인상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캐나다의 경우 그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락세를 지속하다가 4월 들어 조금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고, 근원물가의 경직성(잘 떨어지지 않는 성질)에 대한 우려가 있어서 앞으로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데 상당히 제약될 거라 판단해 (6월) 통화정책을 좀 더 제약적인 수준으로 가져간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도 거의 마찬가지 상황이다. 호주 중앙은행(RBA)은 지난 5·6월 회의에서 서비스물가 오름세가 확대된 점, 실업률이 자연실업률 수준을 상당 폭 하회하는 점 등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재개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마저 기준금리 인상을 6월 한 차례 건너뛴(skip) 다음 7월 인상하는 '스톱 앤드 고'(stop and go) 행보를 보일 것이란 예상이 강해지고 있다. 전날 이 부총재보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시장은 6월 인상 가능성도 있지만 6월보다 7월 인상 가능성이 조금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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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국은 어떨까. 이 부총재는 "결론을 얘기하면 우리와 캐나다, 호주의 상황이 같다고 볼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3.3%로 집계돼 한은의 물가 전망 경로에 들어맞았다. 심지어 이대로면 3분기쯤 2%대 물가 상승률을 볼 수 있다고 한은은 예상 중이다. 주요국과 비교해 물가 둔화 속도가 꽤나 빠른 편이다.

이처럼 물가가 매끄럽게만 낮아진다면 '스톱 앤드 고' 행보는 불필요하다. 오히려 연간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인 1%대 초반(1.1%, 한은 5월 경제전망 기준)까지 주저앉지 않도록 경기를 방어해야 할 수도 있다.

반면 물가 오름세가 향후 원만히 둔화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호주·캐나다처럼 금리를 높여야 할 수도 있는 물가 상방 요인이 여전히 수면 아래에 자리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이 부총재보는 "(한국과 호주, 캐나다의 현 상황은 다르나) 여전히 물가 상황을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주의했다. 앞으로 물가를 자극하는 리스크 요인이 현실화한다면 금리 인상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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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은은 전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국내 물가 둔화세와 함께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리스크 요인을 동시에 부각했다.

한은은 "향후 물가 경로 상에는 국제유가 움직임,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인상 정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국내 물가 상승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나 근원물가 둔화세가 여전히 더딘 가운데 임금 및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인한 2차 파급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도 높은 만큼 향후 리스크 요인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물가 외 다른 요인이 한은의 금리 인상을 부채질할 수 있다. 이 부총재보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물가 불확실성, 여러 리스크 요인과 함께 경기나 금융안정 상황,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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