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97년 3월 12일

 부동산 시장이 꿈틀대면서 은행 가계대출이 이번에는 거의 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한 달 전보다 6조원 증가한 1068조1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9월(당시 6.4조원 증가)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대 폭 증가다.

지난 6월 은행 가계대출이 5조8000억원 늘었던 점을 고려하면 증가 폭이 한 달 새 확대됐다.

우리나라 은행 가계대출은 올초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으나 4월부터는 증가세로 전환해 이번까지 4개월 연속 증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게다가 증가 폭이 매달 확대되고 있어 우려를 자아낸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지난 5월에는 4조2000억원이었던 은행 가계대출 증가 폭이 6월에는 5조8000억원으로, 이번에는 6조원으로 확대되면서 7월에도 큰 폭의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이 됐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820조7718억원으로 지난 7월 한 달간 6조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월 7조원 늘었던 것에 비하면 증가 폭 자체는 축소됐지만 여전히 큰 폭의 증가세다.

전세자금대출은 2000억원 줄었다. 전월의 1000억원 증가와 달리 감소세로 돌아섰다.

윤 차장은 "전세 자금 수요가 둔화했으나 수도권 중심의 주택 매매 거래 증가로 주택 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전월에 이어 크게 증가했다"며 "향후 주택담보대출은 예단하기 어려우나, 6월까지 주택 매매 거래량을 보면 여전히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어 시차를 두고 대출 실행으로 이어질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100억원 감소에 그쳤다. 거의 보합에 가까운 수준이다.

당초 은행 가계대출은 비교적 고금리인 기타대출을 중심으로 감축되고 있었는데 이 흐름이 주춤했던 것이다.

윤 차장은 "기타대출은 높은 대출금리, DSR 규제 등에 따른 둔화 흐름이 지속된 가운데 분기 말 부실채권 매·상각 효과 소멸, 주식 투자 관련 일부 자금 수요 등으로 감소 폭이 줄었다"며 "기타대출이 증가 전환할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통상 8월에 신용대출은 여행·생활 자금 수요 등으로 인해 늘어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7월 중 은행 기업대출은 8조7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 납부를 비롯한 계절적 요인과 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가 겹치면서 나타난 결과다.

은행 수신은 23조1000억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수시입출식예금이 36조6000억원 급감했는데, 전월의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포함한 계절적 증가 요인 소멸, 부가세 납부 등으로 기업자금이 유출된 영향이 컸다.

반면에 정기예금은 가계의 돈이 몰리면서 한 달 새 12조3000억원 늘어났다.

자산운용사 수신도 18조8000억원 상당 폭 증가했다. 우선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가 전월 규제 비율 관리를 위해 인출된 은행 자금의 재예치·국고 여유 자금 유입 등으로 15조1000억원 증가 전환했으며, 채권형펀드(1.9조원), 주식형펀드(1.1조원) 등도 일제히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