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기마민족의 기상과 마문화

동양에서는 사람이 태어난 해를 열두 가지 동물로 나타내어 사주팔자를 표현하고 있다. 말띠 해에 태어난 사람은 성공과 출세로 가는 행운을 지녔다고 말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뱀띠 해에 결혼하여 말띠 해에 출산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광활한 영토를 가졌던 중국인들에게 말은 빠른 이동과 통신수단으로 여겨졌다.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제가 죽어서도 기마병과 함께하고자 무덤 속에 토제말을 묻었던 일이나 칭기스칸이 아시아는 물론 유럽을 정복하는 데 기동력이 빠른 말을 이용하여 성공했던 역사적인 사실들을 보더라도 말은 빠르고 성공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졌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새해에 "마따오청궁"이라고 인사를 한다. 이는 마도성공(馬到成功)의 중국발음으로 말과 같이 빨리 성공하라는 의미이다.

오늘날에는 이동과 통신수단이 과학적으로 발달하여 말은 승마나 경마 등 레저스포츠로 대할 수 있을 뿐이지만, 우리 민족은 오천 년 동안 말과 함께해온 기마민족이라는 역사적 사실들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없다는 게 안타깝다. 고구려의 고분벽화나 신라 천마총의 천마도를 보고서야 그 역사를 알 수 있을 정도다.

한민족의 오천년 역사와 함께해온 말문화가 사라져감을 안타깝게 여긴 몇몇 뜻있는 인사들이 모여 마사박물관을 세우게 되었다. 1988913일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의 서울경마장 내에 123평의 단층건물로 아담하게 박물관이 건립되었다.

박물관 내의 유물들은 주로 청동, 철기류, 자기류, 토기류, 석기류, 목기류, 피혁, 섬유류와 고서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회전식으로 꾸며 놓은 신라시대의 말갈춤이다. 5~6세기 신라시대의 사료를 근거로하여 재현한 것인데, 경주 천마총의 벽화를 보고 복원시킨 흙받이, 발걸이, 말방울, 재갈, 금도금을 한 안장 가리개, 천마가 그려진 다래 등 신라인들의 화려한 예술성을 엿볼 수 있는 치장품들이 갖춰져 있다.

가장 오래된 유물로는 경북 영천에서 출토된 철기시대의 청동제 말이다. 이 청동말은 성냥갑 크기로 앞가슴과 꼬리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 목걸이에 꿴 채 가슴에 매달게 되어 있다.

그리고 말 사육의 기술이 뛰어났던 낙랑시대의 목마, 마구(馬具)문화의 황금시대를 방불케하는 신라시대의 유물들은 정교하고 아름답다.

조선시대에 흙이나 돌, 철로 빚어진 작은 말들은 형태가 불안정하고 서툰 솜씨인데 여염집에서 서낭당에 묻어두고 복을 빌었던 산물이었다.

말을 탈 때에 가장 중요한 안장은 신분에 따라 만든 재료나 치장이 다르다. 나무에 헝겊을 씌워 만든 안장도 있고 가죽을 씌우고 앞부분을 나전칠기로 장식한 안장도 있다. 그리고 상어가죽으로 앞부분을 장식한 어피(魚皮)안장도 특이하다.

전시장 내에는 분야별로 구분지어 각각의 특성을 살려 이해하기 쉽게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먼저 글과 그림 속의 말을 살펴볼 수 있는 화폭과 서적들을 둘러본다. 중국책을 조선시대의 이서 선생이 초역한 <마경언해>는 상하권으로 말의 질병과 치료에 관한 내용을 한글로 풀이한 수의학책이다. 조선 광해 8년에 의주에서 말과 소의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간행된 <마의방(馬醫方)>을 비롯하여 조선 영조 12년에 청나라 유본원과 유본형 형제가 저술한 <원형집(元亨集)>이라는 수의학 서적 등이 있고, 그림으로는 조선 후기 심사정의 <유마도(柳馬圖)>를 보면, 한가로운 봄날 늙은 버드나무 아래 채찍을 든 마부와 드러누워 뒹구는 말 한필의 모습인데 마치 말이 마부에게 장난끼 있는 애교를 부리는 모습으로 친밀감을 주고 있다.

조선 정미년에 위성과 위환이라는 사람이 이미 팔아버린 선산을 도로 물리려다가 암행어사의 조사로 탄로나 다시 환퇴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은 암행어사판결문서에는 암행어사의 수인과 함께 말이 그려진 이마패를 세 곳에 찍었다는 게 특이하다.

신앙측면에서의 말은 고대시대에 사유세계에서 왕권이나 지배계층의 상징으로 때로는 영혼을 실어나르는 매신저의 기능으로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고대 토우의 다채로운 세계, 조선시대 이후에도 말에 관한 신앙은 왕실차원에서 제사하는 마조단을 비롯하여 민간신앙의 형태로 서낭당이나 무당집 등에서도 토제말이 발견되었다.

가야시대의 <마형토기뿔잔>은 말의 안장 위에 길쭉하고 끝이 구부러진 우각형 뿔잔을 비스듬히 얹어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살린 가야토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삼국시대의 경상도 지역에서 만들어진 <토제기마인물상>과 조선시대의 <토제말>, 유순한 몸가짐으로 머리는 떨구고 목은 움츠렸으며 허리를 거쳐 둔부에 이르기까지 유연한 곡선을 이루고 있는 <석재말>, 석질의 곱고 연한 옥석을 깎아 머리를 들고 네 굽을 모아 질주하는 모습으로 표현된 <옥석제말>을 비롯하여 <청동말>, <금동말><백자말>등을 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말이 갑옷을 걸치고 장검을 든 부조로 돌에 새긴 <십이지오상>,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일직월직사자>는 목제조각으로 충청지방에서 상여에 장식하던 것으로 죽은 자의 영혼이 승천하도록 인도하는 구실을 하는 데 낮에는 일직 사자가, 밤에는 월직사자가 각각 시왕에게 인도한다고 전한다.

마상배는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말에 올라 탄 장군에게 임금이 직접 부하들이 보는 앞에서 승리를 기원하는 술을 채워주던 술잔이기도 한데 대체로 굽이 뽀족하거나 높아 불안정하고 바닥에 놓을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말 위에서 사용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백자 마상배와 청자 마상배를 볼 수 있다.

말갈춤(馬具)은 말을 부리거나 올라 앉기 위해 또는 말을 꾸미기 위해 쓰이는 모든 장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 말갈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초기 철기시대부터이지만, 본격적으로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 이후이다.

말갈춤은 그 기능에 따라 말을 부리기 위한 제어용구와 말을 편하게 타기 위한 안정용구 그리고 위엄을 갖추기 위한 장식용구로 구분한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말갈춤으로는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 청동제 장식의 띠고리와 장식드리개 등 청동금구, 말 안장 후륜에 꾸미는 말띠 꾸미개와 띠고리, 말 머리부분에 장식하는 말머리갖춤 등이 있다.

안장의 발전상은 고구려 고분벽화를 통해 알 수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을 보면, 신라의 진골과 각 품의 등급에 따라 안장의 장식에도 차등을 두었다. 조선시대의 <경국대전> 등의 자료에 의하면, 1, 2품관은 상어가죽으로 장식하고 언치는 녹색이며 다래는 단자나 쇠가죽으로 하고 배대끈과 굴레는 세 겹으로 꼬아 만든다. 3품도 상어가죽으로 장식하고 언치는 녹색, 유록색에 배대끈을 하고 굴레는 세 겹으로 꼬아 만든다. 4품은 백녹각으로 장식하고 굴레는 두 겹으로 꼬아 만든다. 5, 6품은 백녹각으로 장식하고 굴레는 한 겹으로 만든다. 9품은 백녹각으로 각각 구분하였다.

말을 탈 때 발걸이는 가죽으로 사용하다가 철이나 구리를 사용하였다. 그 모양은 고리형이거나 발 밑부분이 닿는 부분은 평평하고 넓게 만든 모양이거나 넓고 원형으로 만든 것 등 다양하다.

이 외에 임금이 행차할 때 호위하던 의장용 기치, 귀신의 얼굴을 새긴 말방울, 말굽에 부착하는 편자, 말의 소유주를 식별하기 위해 불에 달구어 말의 엉덩이 등에 찍는 쇠도장인 낙인, 말 양 옆구리에 매달았던 행낭과 길마, 전투마의 눈만 내놓게 하는 가리개, 고려시대의 공민왕이 손수 그린 출렵도가 있다.

좀 이색적인 자료로는 마구간이나 말의 몸에 붙여 무병을 빌었던 부적, 말에게 약을 먹일 때 쓰던 약질이 등이다.

조선시대엔 말이 주로 교통수단으로 쓰였기 때문에 파발역에서 말을 쓸 수 있는 한도를 표시한 마패는 일종의 공무원 신분증 같은 것이다. 마패에는 말이 하나에서 열 개까지 그려진게 있다고 기록에는 전하나 현재 다섯 개가 그려진 마패까지만 발견되었을 뿐이다.

마사박물관이 자랑하는 소장품의 하나는 조선 헌종 15(1894), 당시의 전국 목장의 실태를 지도 위에 나타낸 전국 목장 분포도이다.

마사박물관이 서울 경마장 안에 위치해 있어 주말이면 경마장을 찾는 레저스포츠 애호가들에게 또 하나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전쟁과 이동수단으로 이용했던 말이 이제는 레저문화의 한켠으로 사라져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없음이 아쉽다. 경마장이나 동물원에 가야 볼 수 있는 말이지만,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가장 가까운 동물이 바로 말이라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마사박물관 이용안내

박물관 위치는 경기도 과천 서울경마장 내로 전철 4호선 경마공원역에서 하차하여 약 10분거리

마사박물관 주소: 경기도 과천시 주암동 685번지

전화: 02- 509-1283, 홈페이지: http//museum.kr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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