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경 2023.9.15/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아파트 전경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 = 자식의 게임 중독과 세계적으로 성장한 K게임 산업. 전자는 걱정거리고 후자는 긍지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개인의 시선은 양가적(兩價的)이다. 게임이라는 동일 대상에 상반된 태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다. 학부모라면 누구나 자식이 공부는 안 하고 게임만 하고 있으면 속이 뒤집힌다.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어 짜증 섞인 잔소리를 퍼붓는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성장하려면 누군가는 게임을 계속해 줘야 한다. 같은 게임이라도 산업적인 입장과 개인적인 입장이냐에 따라 모순의 시각을 드러낸다.

우리는 주택시장이 안정되길 바라지만 내가 산 집값은 오르기를 희망한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은 집값 상승을 위한 기우제를 지낼 수밖에 없다. 투자한 금액이 많을수록 기도는 더 강렬할 것이다. 미국에선 집 구매 이유 가운데 가격상승 기대가 전체의 75%나 차지한다는 설문 조사도 있던데, 우리나라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겉으로 주택시장 안정을 외치는 사람도 내 집값이 오르는 것을 은근히 즐긴다. 눈치나 채면, 사회 분위기로 대놓고 이야기하지 못할 뿐이다. 시장이 과열되면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당위적 명제에 찬성하면서도 막상 내 집값이 내려가면 어쩌나 하고 이기적 고민을 한다.

저출산을 걱정하면서도 정작 본인은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투자하는 것도 전형적인 양가적 사고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악의 저출산 늪에 빠진 원인 중 하나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이다. 주거비가 비싸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젊은 층을 주변에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집값이 너무 오르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가 사놓은 집 가격이 좀 올랐으면 좋겠다. 공동체 문제에 대해 공감은 하지만 개인적 욕망을 버릴 수 없다는 얘기다. 많은 사람이 결국 개인의 욕망을 좇아간다. 내 생각과 행동은 이처럼 이중적이고 모순적이다.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부동산도 마찬까지

작가 최규석이 노사관계를 그린 웹툰 <송곳>을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나온다. 어느 날 같은 노동을 하던 사람이 사용자가 되었다고 하루아침에 달라진다. 동료들은 이해하지 못할 일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변절자나 배신자라는 욕설이 난무하는 것은 불문가지다. 하지만 공인노무사 고구신은 이렇게 내뱉는다.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 있는 데(위치)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

사람들은 자신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지만 처지가 달라지면 생각도 달라진다. 사람은 한쪽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의 말처럼 어떻게 '배치(agencement,아장스망)‘ 되느냐에 따라 다른 입장이 된다는 것이다. 들뢰즈는 “어떤 대상의 본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마주침의 흔적이나 주름이 생긴다. 그 흔적이나 주름이 본성을 결정한다”라고 했다. 배치를 다시 하게 되면 존재 자체가 다른 것으로 재구성된다. 인간은 환경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소각장과 매립지는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집 앞에 들어서면 누구든지 반대 플래카드를 붙이고 시위를 할 것이다.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하필 우리 집 앞이냐는 것이다.

이런 반대 움직임에 대해 다른 지역 사람들은 ‘님비(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현상’으로 몰아붙인다. 지역 이기주의적 행동이라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금에 대한 시선도 부동산 소유 여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다주택자들은 세 부담이 너무 무겁다고 항변한다. 하지만 무주택자들은 엄살을 떤다고 핀잔하기 일쑤다. 그들은 “집값이 크게 올랐는데 상승분에 비하면 보유세 부담은 미미한 수준이 아니냐. 가진 자들이 욕심이 더 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따라서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관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소각장·매립지, 다주택자의 세금에 대해 당신이 어떻게 판단하든 자유다. 다만 손해를 입는 사람, 세 부담이 늘어나는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 하지 않을까. 그 사람의 입장을 무조건 편들라는 뜻은 아니다. 어떤 일이든 판단 이전에 그 사람 관점에서 한번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그래야 좀 더 균형적이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지혜가 생길 것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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