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지난 15년간 은행권 대출자산은 157% 급증했지만 당기순이익은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은행 수익성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대비 절반으로 떨어졌다. 은행이 손쉬운 '이자장사'를 누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정작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지주가 은행 중심의 경영관행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선 사업다각화를 가로막는 규제 중심의 현 금융지주회사법부터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세상이 급변해 금융·비금융의 경계가 모호해진 '빅블러 시대'가 됐지만 규제시계는 금융업 보호를 위해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든 과거 2000년에 멈춰있다.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의 모습. 2021.11.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올해 금융권 화두는 단연 '상생'이었다. 금융권 '맏형' 격인 은행지주들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지친 서민들을 위해 금리인하, 만기 연장 등에 앞장섰다. 시장이 불안할 땐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방파제' 역할을 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가 촉발한 유동성 위기와 최근의 새마을금고 사태까지. 시장에 경고음이 들려올 때 자금 수혈에 나섰다.

하반기에도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은행지주들은 충당금 적립 규모를 늘리며 위기에 대비하고 있다. 경제가 어려울 때 '탄알'이 될 은행지주들의 수익성 관리가 절실한 이유다.

◇곳곳에서 '뱅크런' 노란불…'방파제' 역할하는 은행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금융권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시장 참여자들의 불안감이 뱅크런 위험으로 치달아 금융사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신호들이 곳곳에서 노출되고 있다. 뱅크런 위기를 겨우 넘긴 새마을금고부터 부동산PF로 신음하고 있는 증권·저축은행업권이 요주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어려운 시기 은행들의 존재감은 커진다. 은행들은 시장의 크고 작은 불안요인이 전 금융권의 구조적 위기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파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5대 은행지주를 중심으로 95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은행권의 자금조달 역시 여의찮은 상황에서도 채권발행까지 자제하며 시장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올해 7월 새마을금고에 뱅크런 우려가 제기되면서 5대 시중은행과 산업·기업은행은 새마을금고중앙회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6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붙어 있는 임대 문의. 2023.6.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붙어 있는 임대 문의. 2023.6.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필요한 곳에 돈이 흐르게…실물경제 순환에도 은행이 역할

은행권은 돈이 필요한 곳에 자금을 투입하며 실물 경제 순환을 돕기도 한다. 부동산발 중국 경제 위기로 우리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5대 시중은행은 수출특화 대출상품을 출시해 5조4000억원의 자금 공급에 나섰다.

우리 경제 위기의 '트리거'로 꼽히는 부동산PF 시장에서도 은행들이 역할을 할 전망이다. 5대 은행지주가 부동산PF 정상화 정책에 일조할 것으로 보이면서 일시적 자금난에 처한 사업장에 자금이 공급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PF 문제는 은행보다도 2금융권의 리스크가 크지만 은행들이 자금을 공급하며 구조적 문제로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다.

은행지주들의 '상생' 행보도 고금리와 경기악화로 씨름하는 저신용자·자영업자의 대출 상환 부담을 줄이면서 가처분 소득이 늘어나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자장사' 비판 가운데 충당금 늘린 은행들…더 버틸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불안에도 우리 금융시스템이 버티고 있는 것은 이처럼 은행지주의 역할이 컸다. 고금리로 벌어들인 이자수익으로 비난받기도 했지만 은행지주들은 수익의 상당수를 위기에 대비한 '탄알'로 축적했다.

5대 은행지주의 올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 총액은 4조768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2조3654억원)에 비해 101.6%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두 배가 넘는 금액을 충당금으로 확보한 것이다.

하반기에도 시장상황이 풀리지 않으면서 저성장·고금리 경향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를 보여주듯 은행들의 건전성 지표는 악화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6월말 단순평균 연체율은 0.29%로 전년 동기에 비해 0.12%p 상승했다.

7월말 연체율은 0.31%로 한달 사이 0.02%p 높아졌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국 시장 불안으로 시장금리의 방향성이 불명확하고 건전성 지표 역시 악화하며 은행지주들의 대손충당금 전입액 확대 추세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이 기조가 장기화되며 은행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면 위기대응 능력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익이 줄면 그만큼 충당금 적립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떨어진 수익을 메우기 위해 편중된 포트폴리오나 고위험 투자에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SVB역시 대부분을 장기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채권형 자산에 과도하게 투자하면서 시장 위험을 키웠고, 결국 예금자의 신뢰를 잃어 뱅크런을 불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양질의 수익성 확보가 곤란하다면 자산운용이 편중되거나 고위험 투자 등에 대한 참여유인이 높아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곧 외부의 갑작스런 리스크에 대응할 여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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