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그릇문화의 대표적인 산물

어렸을 때 제삿날이 돌아오면 어머님은 부엌에서 퍼온 잿가루를 촉촉한 찌푸라기 뭉치에 묻혀 열심히 놋그릇을 닦으셨다. 그러면 푸르스름했던 녹이 싹 지워지고 황금빛깔로 반짝거린다. 제사상에 오르는 놋그릇은 어머님의 정성으로 항상 윤기가 흘렀다.

그러한 놋그릇을 비롯해 수많은 방짜유기를 볼 수 있고 만드는 과정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이 있다. 20075월 전국 유일의 방짜유기박물관이 대구 팔공산 동화사 가는 길목에 건립되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방짜유기장 이봉주 선생이 고향인 대구에 평생의 소원이었던 박물관을 건립하였다.

우리가 흔히 두들겨서 만든 유기를 방짜라고 하는데 본래의 뜻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을 말하는 것이다. 방짜놋쇠는 다른 합금물질과는 달리 두들기면 백지장처럼 얇게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여러 가지 형태의 생활용구를 만들어 쓰기에 매우 편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청동기시대부터 제조기술이 활용되었다. 그 당시에 사용했던 비파형동검과 세문경 등이 출토됨으로써 당시에 검이나 거울, 방울, 의식구 등 각종 생활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철기시대에는 철기와 공존되다가 사라지게 되고 삼국시대에 다시 발달하였다. 백제의 경우는 일본에 제련 및 세공기술을 전해주었음이 일본서기에 기록되어 있다. 신라 무령왕릉의 왕비 머리부분에서 출토된 금동제 대발은 청동으로 제작한 그릇이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신라 경덕왕(742~765) 이전부터 철유전이라는 기관을 두고 철과 유석을 관장하였던 것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 때는 금속의 재료와 기술면에서 큰 발전을 가져왔으며 당시의 뛰어난 제조기술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유물로는 백률사 약사여래상, 상원사 동종(725), 성덕대왕 신종(771) 등 불교미술품들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빛깔이 고운 고려동을 생산하여 중국과 교역을 하였다. 그리고 왕족과 귀족층은 방자기법으로 제작한 얇고 질긴 청동그릇을 식기로 사용하였다.

조선시대엔 국가에서 채굴에 힘썼고, 경국대전에 의하면 유기를 만드는 유기장을 공조에 8, 상의원에 4명을 두었으며 지방관아에도 상당수 배치하였다. 유기가 발달했던 지역은 평안북도 정주의 납청, 안성, 경주, 봉화, 충주, 운봉, 익산, 순천 등이다. 당시에는 숭유억불정책으로 불교용품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했던 소박한 생활도구들이 제작되었다. 조선시대에는 사기그릇도 널리 사용되었지만 깨질 염려가 없이 오래 대물림하면서 사용할 수 있는 놋쇠그릇이 그릇문화의 대표격이었다.

일제시대에는 일본이 전쟁물자로 쓰기 위해 전국의 놋그릇을 강제로 징발하여 씨를 말렸다. 놋그릇을 만드는 놋갓장이들은 산 속으로 숨어들어가 그 명맥을 유지해 왔었으나 625전쟁 이후에는 아예 연료정책이 바뀌면서 우리 고유의 민속유기는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연탄을 사용하면서 연탄가스에 변색되기 쉬운 놋그릇 대신 스테인리스 그릇이 등장하였다.

유기는 방짜유기와 주물유기 그리고 반방짜유기로 구분된다. 첫째, 방짜유기란 구리와 주석을 정확하게 78:22 비율로 녹여 만든 놋쇠덩어리를 불에 달구어가며 망치로 두드려서 형태를 만든 유기를 말한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 비율이 달라지면 두드리는 과정에서 놋쇠덩어리가 깨져버린다. 방짜유기는 휘거나 잘 깨지지 않으며 망치자국이 그대로 남아있어 장인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둘째, 주물유기는 구리와 주석을 함께 녹인 쇳물을 일정한 틀에 부어 주조하는데 합금이 자유롭고 규격과 모양이 같은 제품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금속의 성분 배합에 따라 품질과 색상이 뚜렷하게 구별되고 섬세하고 아름다운 다양한 형태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셋째, 반방짜유기는 주물유기에 방짜유기 제작방법을 절충한 제작기법이다. 먼저 주물유기 기법으로 반제품 형태에 가까운 제품을 만든 후 불에 달구어 가면서 오목하게 판 곱돌 위에 놓고 궁구름대라는 공구로 유기의 끝부분을 오목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방짜유기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비율로 섞은 합금을 원형물판에 부어 금속괴(일명 바둑)를 만들고 다시 불에 달군 금속괴를 11명이 1조가 되어 망치질을 되풀이해가며 얇게 늘려 형태를 잡아가게 된다.

용해 및 바둑만들기 : 방짜유기 제작에 기본인 놋쇠 괴()를 똑같은 용량으로 여러 개를 만드는 주조과정으로 합금용해용탕붓기 순서로 진행한다. 네핌질 : 바둑을 가열해 늘이는 작업을 반복하고 칼로 가장자리를 정리하는 과정이다. 작업은 망치의 일종인 모루를 가지고 형태를 만들어 간다. 우김질 : 네핌질이 끝난 바둑에 가열과 메질을 반복해서 한꺼번에 여러 개의 형태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반복과정에서 같은 크기로 늘어난 기형을 10개 정도 겹치게 하는데 이를 우김질이라고 한다. 냄질 : 우김질한 바둑을 U자형의 그릇모양으로 겹치게 하는데 이것을 하나씩 떼어내는 작업을 냄질이라고 하며 떨어진 각각을 우개리라고 부른다. 닥침질 : 냄질이 끝난 우개리를 불에 달구어 형태를 바로잡는 작업으로 6명이 닥침망치를 이용하여 같은 동작으로 서로 잡아 닥치며 바닥을 문지른다. 제질 및 담금질 : 닥침질이 끝난 기형을 불에 달구어 가면서 형태를 완성하는 과정을 말한다. 가열한 놋쇠의 강약 질을 잡아 강도를 높여주기 위한 작업을 담금질이라 한다. 벼름질 : 담금질한 물건을 찬물에 넣는 순간 일그러지게 되므로 원래의 형태대로 잘 잡아주는 작업을 말한다. 가질 : 완성한 물건의 산화피막을 제거하고 표면의 멧자국도 없애 놋쇠 본연의 색깔이 잘 드러나 광택이 나게끔 하는 과정을 마치면 하나의 완성품이 탄생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으로 방짜유기가 만들어지는 재현실을 비롯하여 유물들을 살펴볼 수 있는 방짜유기박물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징이 먼저 반긴다. 이봉주 선생이 1993년부터 2년에 걸쳐 제작한 징으로 지름이 161, 무게가 98에 이르는 굉장한 징이다. 징은 하나의 놋쇠덩어리를 두드려서 얇게 펴가며 제작하는데 고르고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다듬어 나가는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그러한 징의 웅장한 울림과 여운이 긴 소리가 가슴에 와 닿는다.

박물관은 유기문화실, 기증실, 재현실로 구성되어 있다. 유기문화실은 유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도록 꾸며진 전시실로 유기의 역사, 종류, 제작과정 등에 대하여 전시물과 영상물을 통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 유기문화실에서는 유기의 효능에 관한 각종 실험 결과를 보여주는데, 방짜유기는 병원성 대장균 O-157 살균기능, 농약 검출기능 등 그 효능으로 인해 최근 더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옛날부터 면역성이 약해지는 어르신들은 놋쇠로 만든 식기와 수저, 젓가락을 사용했다. 지금도 여름의 별미인 냉면의 육수 속에 놋쇠를 넣어 식중독을 예방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전시실에서는 방짜기법으로 만든 악기들의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어 관람객들에게 인기가 많다.

기증실은 이봉주 선생이 제작한 작품들 중에서 특히 예술적 가치가 높은 소장품들을 선별하여 전시하고 있다. 반상차림, 제례상차림, 종교용구류 등에서 발산되는 황금빛깔의 화려하고 정교한 솜씨가 과연 사람의 손으로 빚어진 것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원래 서양인들은 황금 다음으로 놋쇠를 귀한 금속으로 여겼다. 그래서 놋쇠로 만든 눈부신 침대에서 자보고 싶고 집안에는 놋쇠로 만든 동물모양의 장식품들을 진열하는 것을 좋아했다.

재현실은 방짜유기로 유명했던 1930년대 평안북도 정주군 납청마을의 방짜유기공방과 놋점 모습을 인물모형들로 재현해 보여주고 있다. 당시에 전통적으로 방짜유기를 어떻게 제작했는지, 그리고 유기를 파는 상점의 모습들을 꾸며 유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체험교육장을 비롯하여 야외공연장도 갖추고 있어 정기적인 문화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지고 있다.

과거 청동기시대부터 놋쇠를 이용해왔던 선조들의 지혜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고 있지만, 방짜유기 경험 세대들에게는 추억의 장소이고 젊은 세대들에게는 우리 선조들이 요즈음의 플라스틱이 아닌 저리도 아름다운 황금빛 생활용품들을 사용했었다는데 놀라움을 줄 수 있는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대구방짜유기박물관 이용안내

박물관을 찾아오는 길은 대구지하철 1호선 아양교역(2번출구)에서 하차하여 급행 1번 버스 이용

- 버스는 급행 1, 팔공1(동화사 방면)이용

- 고속도로 이용시 경부고속도로 팔공산IC 빠져나와 우회전 후 직진팔공산 백안삼거리동화사 방면 좌회전1직진 후 우회전

박물관 주소: 대구광역시 동구 도장길 29

전화: 053)606-6171~4, 홈페이지: http://artcenter.daegu.go.kr/bangj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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