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로비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 (자료사진) /뉴스1
한국은행 로비에 걸린 물가안정 현판 (자료사진) 

 

 한국은행이 그간 반기(상·하) 단위로 발표했던 경제 전망을 올해 하반기에는 '분기(1·2·3·4)' 단위로 쪼갤 계획이다.

마침 물가 상승과의 싸움의 최종 국면이 올 하반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에 경제 주체들의 합리적인 판단과 경제 행동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한은에 따르면 오는 하반기 발표되는 경제 전망은 주요 지표의 분기별 예상 경로를 포함할 예정이다. 현재 한은의 경제 전망은 2·5·8·11월 공개되고 있으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소비자물가 상승률, 경상수지, 취업자 수 증감 등의 △상반기 △하반기 △연간 전망치를 담고 있다.

한은이 그간 분기별 전망을 공표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전망 오차에 관한 논란을 우려했기 때문도 있었다. 무역 의존도가 높고 대외 불확실성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 경제 특성상 우리나라는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나 주요국 금리·환율 등이 바뀌는 경우 지표가 당초 전망치를 벗어나기 쉽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5년 경제 전망 당시 한은은 연간 경제 성장률을 3.4%로 제시했다가 같은 해 10월 2.7%까지 총합 0.7%포인트(p)를 낮췄다. 이에 세간에서는 한은의 전망이 틀렸다고 비판했으나 이는 국제유가 급락이 전망에 혼선을 일으킨 탓도 컸다.

이 같은 오차 논란은 중앙은행이 내놓는 전망 또는 정책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어 신뢰성이 생명인 중앙은행으로서는 구체적인 전망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올 하반기 무렵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본격 저울질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과감한 행보가 아닐 수 없다.

한은이 이러한 부담감을 뚫고 경제 전망 경로를 더욱 자세히 밝히겠다고 예고한 이유는 일반 국민, 기업 등 경제 주체가 정책 변화로 향하는 '조건'을 잘 이해해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달 신년사에서 "전망 오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 있으나 경제주체들이 중앙은행 전망의 전제조건을 보다 잘 이해하게 됨으로써 여건 변화에 따른 정책 변화 방향을 체계적으로 예측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며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를 위해서는 경제주체들의 올바른 기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더욱 세분화된 전망이 비판을 부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안정적이고 효과적인 통화정책 운영에 밑거름을 제공할 것이라는 취지로 풀이된다.

예컨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경우 매분기 경제전망요약(SEP) 자료를 내놓는다. 이 자료에는 기준금리를 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 19명이 직접 예상한 향후 수년간의 GDP, 실업률,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등 각종 지표의 중앙값과 범위가 나타난다. 심지어 SEP는 FOMC 위원들이 해당 지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상하방 리스크가 과거보다 얼마나 크다고 느끼는지까지 전달한다.

이처럼 SEP는 FOMC의 금리 예상 경로(점도표)로 향하는 전제조건을 상세히 설명해 주기 때문에 시장은 주요한 여건 변화가 관찰되는 때마다 자체적인 금리 예상과 경제 행위를 조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세계 최대 선진국이자 달러화를 보유한 미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이라고 전망 오차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SEP 마지막 장을 보면 연준은 전망 불확실성과 관련해 "제공된 전망은 정책 결정의 기반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도울 수 있으나 이런 예측에는 상당한 불확실성이 따른다. 이번 전망의 기초인 경제·통계 모형들은 현실 세계에 대한 불완전한 설명일 수밖에 없고, 경제의 미래 경로는 예측하지 못한 무수히 많은 국면과 사건들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주의를 주고 있다.

이 총재는 취임 직후부터 대외 소통 강화와 투명한 정책 결정을 강조하면서 꾸준히 관련 행보를 밟아 왔다. 그런데 거의 모든 국민의 관심사인 기준금리 인하에 가까워진 지금 그간의 변화에 만족해 멈춰설 때가 아니고 과거의 전략적 모호성에서 조금 더 탈피할 때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앞선 신년사에서 "정교한 정책조합을 성공시키려면 커뮤니케이션 강화에도 힘써야 한다"며 "과감히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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