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7/뉴스1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슈퍼 사이클'(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 탓에 외국인 근로자와 협력사 확보를 두고 쟁탈전까지 펼치고 있다.

경남 거제를 거점으로 둔 삼성중공업은 이례적으로 현대삼호중공업이 위치한 전남 영암의 협력업체와 납품 계약을 맺었다. 영암 대불국가산단(대불산단) 조선 협력업체 사장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웃돈을 주고 채용하거나 일일이 문자를 돌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인력 빼가기' 갈등을 매듭짓지 못한 조선업계가 이번엔 협력사 확보를 놓고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최근 전남 영암 대불산단에 있는 현대삼호중공업의 협력사와 선박 블록 납품 계약을 맺었다.

경남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은 인근에 있는 협력사들과 거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경쟁사 협력업체인 데다 운송비 등을 추가 부담하면서 약 250km 떨어진 곳과 계약을 맺는 것 자체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전남 영암은 조선소뿐 아니라 농·어업 등 여러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들이 나름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고 살 수 있어 노동력 수급이 상대적으로 원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제의 조선소들이 납기를 맞추기 위해 영암 협력사까지 찾는 이유다.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수백km 떨어진 곳인 데다 경쟁업체 협력사와 거래하는 상도까지 어기면서 계약을 하는 건 그만큼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그나마 원활하다는 대불산단 협력사들의 인력 상황도 여의치 않다. 이들 업체도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을 제대로 소화해내기 버겁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협력업체 사장들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저녁마다 일일이 문자를 보내는 게 일상이 됐다고 한다.

A 협력업체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외국인 용접 근로자 일당이 12만원 선이었는데 현재는 15만~16만원, 많게는 17만원까지 올랐다"며 "일손 하나가 아쉬운 업체들은 웃돈을 주더라도 납기 맞추려면 현재로선 고용하는 게 상대적으로 이득"이라고 했다.

B 협력업체 관계자도 "일당에 웃돈을 얹어줄 테니 우리 회사로 나오라고 제안하고 있다"며 "특히나 국적이 같은 외국인 근로자들끼리 같은 회사로 일하러 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각 국적 근로자 중 총책 역할을 하는 근로자 설득에 더욱 공을 들인다"고 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 수는 9만3038명으로 2014년(20만3441명)의 절반 밑으로 급감했다. 업계는 앞으로 5년간 4만3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조선업계는 급한 대로 용접 등 기피 작업을 비롯한 현장 직무를 베트남과 태국,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에서 온 근로자에게 의존하고 있다.

정부도 8월 올해 고용허가제(E-9)로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외국 인력 신규 입국 쿼터를 기존 5만9000명에서 6만9000명으로 1만명 늘렸다. 조선업의 경우 전문인력(E-7)인 용접공과 도장공에 대한 쿼터도 폐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베트남 용접 근로자 1150명의 입국이 서류 조작 등의 이유로 무기한 연기되면서 업계에 혼란이 일고 있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인력난으로 업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이 바로 글로벌 점유율 1위인 한국 조선업의 냉혹한 현실"이라며 "아직 매듭도 짓지 못한 '인력 빼가기'에 이어 협력사, 외국인 근로자 확보를 두고 갈등이 추가로 생길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올 9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 조선3사가 자사 인력을 빼갔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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