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17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국내 기업 총수들을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매체 SPA 홈페이지 캡쳐) 2022.11.1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이정현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37) 왕세자의 방한을 계기로 양국이 총 4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26개 프로젝트와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경기침체를 우려하는 한국 경제에 새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MOU는 정식계약 체결 전 당사자 간 기본적인 공감대를 담기 위해 진행하는 것으로,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제 투자계약까지는 협약을 맺은 민간 기업뿐 아니라 정부차원의 지속적인 관리 필요성이 요구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첫 방한을 한 3년 전에도 사우디와 국내 민간 기업 간 8건의 MOU를 체결했지만, 정식계약으로 이어진 건은 절반인 4건에 불과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 투자부는 전날(1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칼리드 알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 등 한국과 사우디 정부 및 경제계 인사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사우디 투자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S-Oil(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 간 설계·조달·시공(EPC) 계약을 비롯해 한국 주요기업과 사우디 정부, 기관, 기업 간 모두 26건의 양해각서가 체결됐다.

이 중 5건은 한국 민간 기업과 사우디 투자부 간, 18건은 우리 공기업을 포함한 민간 기업과 사우디 기관·기업 간 이뤄졌다. 사우디가 투자한 기업인 에쓰오일과 국내 건설사들 사이에 맺어진 양해각서도 3건이다.

사업 면면을 봐도 사우디의 고속철건설 SOC사업부터 스마트시티 건설, 수소 등 신에너지 협력에 이르기까지 초대형 프로젝트가 주를 이뤄 '중동발 선물보따리'를 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MOU는 정식계약이 아닌 구속력 없는 양해각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받은 '선물보따리'를 온전히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은 경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빈 살만 왕세자가 처음 한국을 찾은 건 지난 2019년 6월이다. 당시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한국과 정부 간 협력 2건, 기업·기관 간 협력 8건 등 모두 10개 분야에서 83억달러(당시 9조6000억원) 규모의 MOU 및 계약을 체결했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는 정부 간 계약 2건 외에 당시 국내 기업들과 맺은 계약 8건 중 4건에 불과하다.

S-oil(에쓰오일)이 사우디 국영 에너지기업 아람코와 '샤힌(Shaheen) 프로젝트로' 알려진 석유화학 2단계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한 MOU를 체결한 이후 올해 프로젝트 설비 구축을 위한 기본설계를 마치고, 착공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SK가스도 당시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 국영석유화학기업인 APC와 합작, 석유화학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한 뒤 현재 사우디 현지에 화학공장 건설에 착공한 상태다. 오는 2024년이면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현대오일뱅크가 아람코에 20년간 휘발유‧경유, 항공유를 공급하는 정식계약을 체결했고, 한국조선해양은 사우디 동부 주바일항 인근 킹살만 조선소에 선박 엔진 공장을 설비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역시 내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와 효성, GS, DL(대림산업) 등과 맺은 4건의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타작에 불과한 셈인데, 여러 복합적 이유가 있겠지만 MOU 체결 후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사태도 결정적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면 이번 MOU에 더욱 기대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3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이전과 달리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은 다소 옅어진 상태다. 여기에 우리나라와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았다는 상징성,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디지털‧에너지전환기 속 양국의 이해관계가 여느 때보다 부합할 수 있다는데 이번 MOU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또 '한-사우디 비전 2030위원회'를 중심으로 에너지, 투자, 방산, 문화교류, 인적교류,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향후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한 것도 고무적이다.

전문가들도 사우디와의 다양한 양해각서 체결을 우리 산업의 장밋빛으로 보고,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 다만 일각에선 MOU 체결이 정식 계약은 아닌 만큼 사우디 측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산업에 대해 꾸준히 고민하고 접근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한다.

구자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시장정책연구부장은 "사우디가 한국하고만 MOU를 맺지는 않을 것 아닌가. 우리 입장에선 사우디가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신산업 쪽에 대해 (활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아 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만큼 중동에 허브 구축 등 다각도의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혁기 산업연구원 통상정책실장은 "어떤 기회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상황에서 (사우디와의) 계기가 마련이 됐으니 협력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양국 간 논의 테이블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한다"면서 "안정적 테이블 마련과 사업 기회의 지속적인 발굴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우리 기업들도 이 기회를 계기로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정부도 사우디 측의 국영기업이나 민영기업과 (한국 기업의) 네트워크 마련에 연결 역할을 해 주고, 기업은 이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사업의 협력 부분들을 다각도로 찾아 내는 부분들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함마드 왕세자는 2017년부터 수석부총리로서 실질적으로 사우디를 통치하고 있다. 절대왕정국가인 사우디에서 무함마드의 아버지인 국왕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86)를 제외하면 국정을 실제로 다스리는 건 무함마드 왕세자다. 그는 2015년 1월 국방장관 자리를 아버지에게 물려받아 업무를 수행해왔다. 빈 살만 왕세자의 추정 재산은 2조 달러, 한화 약 2854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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