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202211.10/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정치권 등의 부자감세 프레임에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금융투자세(금투세)·상속세 등 다양한 세목에서 감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내년도 세법 개정안이 세수를 5년간 약 74조원 줄일 것으로 추정한다. 여기에 건전 재정 기조까지 맞물릴 경우 정부는 복지 축소를 피하기 힘든 '재정 트릴레마(삼중 딜레마)'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8일 산하 소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로써 새 정부 세제 개편안을 심의할 조세소위원회가 비로소 활동에 들어가게 됐다.

세제 개편안은 본격적인 심의 국면에 접어들며 가시밭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 폐지 △종부세율 인하 △가업상속공제 확대 △금투세 2년 유예 등이 '부자·재벌 감세'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여당도 감세 기조를 포기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야당의 부자감세 비판에 대해 "부자감세라 제시한 바 없고 중소기업, 기업, 중산·서민층을 위한 감세안을 냈다"면서 "균형감세"라고 반박했다.

정부의 감세 움직임은 내년도 세법 개정안을 제출한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상속세 유산취득체계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전담조직)를 발족하고 내년 5월까지 연구 용역을 마칠 계획이다. 종부세 등 보유세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에 더해 조만간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추가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감세 + 건전재정 = 복지 축소?…'재정 트릴레마'

현 정부는 감세와 함께 지난 정부 들어 추락한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겠다는 기조를 경제 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국회 예산정책처 추산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그대로 넘을 경우 향후 5년간 73조6161억원 규모의 감세가 추진된다. 정부가 전망한 감세 규모(60조3083억원)보다 13조원가량 크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정부가 자칫 '재정 트릴레마'에 갇힐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재정 트릴레마란 높은 복지 수준과 낮은 조세부담률·국가채무비율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삼중 딜레마를 의미한다.

감세는 각종 정부 복지와 정책의 기반이 되는 세금 수입을 줄인다. 이런 가운데 국가채무를 감축하는 등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면 결국 지출을 줄여야 한다. 특히 의무지출이 아닌 재량지출 중 우선도가 비교적 낮은 복지 예산이 깎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공개한 내년도 지출 구조조정 내역을 보면 코로나19 방역 외 사업 중에서는 청년·노인·보육 등 복지사업 예산이 주로 조정됐다. 청년 고용 관련 예산만 2조원 가까이 삭감됐다.

물론 정부는 해당 사업이 애당초 한시였거나 이전부터 축소 중인 사업이었으며, 깎인 예산은 사회적 약자 보호와 미래 투자에 다시 투입된다고 해명했다. 기재부는 "내년도 예산안은 노인·청년 등 사회적 약자 지원에 집중했고 그 결과 감액보다 더 큰 폭으로 지원 규모가 확대됐다"며 "정부가 민생 예산을 삭감했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의 해명대로 복지 수준을 유지하거나 확대해 나간다면 이번에는 재정 건전성이 희생된다. 이미 우리나라의 내년 국가채무 예상치는 1134조원을 넘겼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5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내년 세금 밑바닥 괜찮을까?…"꺼질 세수 더 줄이는 것"

새 정부는 감세가 기업의 투자·고용을 유발하고 국민의 경제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오히려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6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때부터 "크게 보면 투자 여력이 확보되고 그것이 세수 확보로 연결된다"는 취지로 설명해 왔다.

이처럼 자신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아직 튼튼한 세입 여건이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세수입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1000억원 증가했다. 최근 고용이 늘면서 소득세가 잘 걷혔고, 코로나19 이후 수출 기업 상황도 나아지면서 법인세수가 껑충 뛴 것이다.

문제는 내년이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 내년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를 가리켜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경고할 정도다. 수출 중심 경제인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은 1%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에 수출 기업이 타격을 받고 고용이 둔화할 경우 지금의 세수 풍년도 마침표를 찍게 된다. 경우에 따라선 경기 침체에 따른 취약계층 보호 예산이 더 필요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감세로 인해 복지와 재정 사이 한 가지 선택이 불가피한 트릴레마가 커지는 셈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내년에는 전 세계가 돈을 안 풀 것이기 때문에 우리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고 애당초 돈이 잘 들어오지 않을 상황"이라며 "(정부의 감세 기조는) 원래 안 들어올 세금을 더 조금 걷겠다는 얘기라서 재정 환경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감세로 인한 투자 유발 등 정부 측 '낙수 효과' 주장에도 단기적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그는 "지금의 불확실한 경제 환경을 고려하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며 "학계는 중장기 기준으로 감세 효과를 추산하지만 국정 운영은 당장 앞으로 4년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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