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997년 3월 12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오면서 주요 완성차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 유행이 바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세단이 아닌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미국은 픽업트럭이 줄고 테슬라가 늘었고, 중국은 초소형 전기차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24일 '베스트셀러로 본 주요 완성차 시장 트렌드'를 통해 "최근 글로벌 완성차 시장은 팬데믹을 계기로 선호 차종의 변화 추세가 선명해지고, 전기차는 가격 접근성 향상에 수요가 지속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글로벌 시장의 차종별 판매 비율은 세단이 가장 높았으나, 지난해 SUV 판매 비율이 40.8%로 올라서면서 35.2%의 세단을 넘어섰다. 전통적으로 판매량이 높은 도요타 코롤라, 혼다 시빅 같은 준중형 세단(C-세그먼트)과 포드의 F-시리즈 픽업트럭은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테슬라 등 가격 접근성·상품성을 높인 전기차 모델은 내연기관 자동차의 수요를 대체(테슬라 모델Y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위)했고, 중국의 우링이 출시한 초저가 소형 전기차 홍광 미니는 전세계 판매량 9위를 기록했다. 기존 내연기관 인기 모델인 폭스바겐 골프와 티구안은 글로벌 판매 순위 톱10에서 밀려났다.

시장별로 보면 중국 시장은 중소형 세단이 선호됐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전기차 정책에 초저가 전기차와 SUV 전기차 모델이 양강 구도를 형성했다. 중국 시장 내 홍광 미니는 57만여대를 팔아 판매 1위를 달성했다. 그 뒤로 테슬라 모델Y(약 46만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인 BYD 송 DM(41만대)이 이름을 올렸다.

미국 시장에서는 3대 픽업트럭 모델(포드 F-시리즈, 쉐보레 실버라도, RAM 픽업트럭)이 꾸준히 상위권을 지켰지만, 세 모델을 합산한 판매량은 2018년 203만대, 2020년 194만대, 2022년 164만대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반면 테슬라의 모델 Y는 지난해 25만대 판매돼 인기 모델 6위에 진입했다.

유럽 시장은 유럽 브랜드의 소형차가 강세를 보이면서 다른 시장과는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였다. 오랫동안 유럽 판매 1위를 고수하던 폭스바겐 골프는 디젤 게이트 이후 지속적으로 판매량이 줄었고, 소형 SUV 폭스바겐 티구안과 티록, 전기차 모델인 ID.3로 판매량이 분산됐다. 이외에도 저가 브랜드 다치아의 산데로, 더스터 등이 판매량 2위, 5위를 기록하며 급부상했다. 전기차 모델은 테슬라·폭스바겐·스텔란티스 등이 공격적으로 판매를 확대하긴 했지만, 다양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유럽 시장 특성상 전기차 모델의 판매량은 10만대 미만에 그쳤다.

한자연은 "주요 완성차 시장 간 인기 차종 모델의 디커플링 양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현지화 전략과 볼륨 모델 확보 전략이 동시에 병행되면서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