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에서 각 변수는 움직임이 달리 나타난다. 그래서 변수끼리 일정한 시차를 두게 된다. 가령 변수 간의 선행, 동행, 후행은 이런 뜻이다. 또 부동산의 각 변수는 일시적으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거래량과 가격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외국 연구 문헌을 보면 주택시장에서 가격과 거래량에 대해서는 정(+)의 상관관계를 입증한 연구결과가 음(-)의 상관관계 입증 연구보다 많은 편이다. 말하자면 대체로 주택 가격이 상승할 때 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하락할 때 거래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간혹 급등장에서는 가격이 올라도 거래가 줄어들기도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다.

◇부동산시장에서 거래량, 가격보다 훨씬 탄력적

거래량은 가격보다는 통계적으로 외부 환경요인에 더 밀접한 관련이 있다. 즉 거래량이 가격보다 훨씬 탄력적으로 움직인다. 거래량은 가격보다는 시장 상황의 변화를 훨씬 더 잘 알려주는 리트머스 시험지이자 풍향계이다. 거래량은 2차 수요자와 공급자의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시장에 중요한 변수다.

주택시장에서 거래량이 가격을 선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어떤 시장에서든 물건은 싼 것부터 팔린다. 싼 매물이 계속 공급되는 경색국면이 아니라면, 거래가 이뤄질수록 가격은 점차 오른다. 실제로 거래가 이뤄지면 집주인들은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로 호가를 올리거나 매물을 거둬들인다.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가 확산하면 매수자까지 뒤따라 매수에 나선다. 한두 건 거래되면 호가가 서서히 올라간다.

거래량은 한편으로 매수자의 심리를 보여준다. 특히 바닥권에서 거래량은 매우 유의미한 지표이다. 거래가 늘고 있다는 것은 집을 사려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고, 매수자의 심리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바닥권에서 거래량 증가는 곧 바닥 탈출 신호로 작용하는 경우가 자주 관찰된다.

약세장으로 돌아설 때도 거래량 침체가 먼저 온다. 집주인들이 먼저 급매물을 내놓지는 않는다. 수요 위축으로 거래가 뜸해지면 사정이 급한 집주인들이 싼 매물을 내놓은 구조다. 싼 매물들이 쌓이면 가격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지표가 될 수도 있다. 연구결과를 보면 주택시장뿐만 아니라 토지시장에서도 거래량이 가격보다 훨씬 변화무쌍하게 움직인다. 그래서 수요자들은 가격보다 거래량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가격은 속여도 거래량은 못 속인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거래량이 실체이고 가격은 그림자일 뿐이라고 할까.

◇거래량 감소는 가격 하락을 예고하는 지표…"가격은 그림자일 뿐"

요즘 아파트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거래절벽이 본격화하고 있다. 거래절벽은 수요자들의 심리가 바닥이라는 방증이다. 시장의 추세를 고려할 때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바닥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는 1,839건이다. 재고량 176만 채 중 겨우 0.1%가 팔린 것이다. 지난해는 8월이3,899건으로 월별 최대였다. 서울지역에선 아파트 실거래가 기준으로 9월이 고점이었지만 현장 체감으로는 8월이 단기 상투였다. 주식시장에 거래량 상투라는 말이 있다. 고점에서 거래량이 터지면 상투라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수요자들은 지난해 서울지역 기준 1~9월까지 9개월간 미니 랠리를 보였던 흐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작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미니 사이클이 일반적인 패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기준 2013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나타났던 약 9년간의 대세 상승 사이클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 연 1%대의 저성장, 심각한 가계부채에 생산인구뿐만 아니라 총인구의 감소를 고려해 보면 시장 체력이 강하지 않은 것 같다. 시세를 분출할 만한 시장 에너지가 세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계속 오르는 가운데 거래량이 확 늘어난다면 매수는 신중해야 한다. 시장이 단기 과열 가능성이 있어서다.

증시에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는 격언이 있다. 투자할 할 때 과도한 욕심을 내지 말라는 뚯이다. 이런 격언이 과연 요즘 부동산시장에도 통할까? 대세 상승 국면에서는 무릎에 사도 돈을 벌 수 있지만, 저성장국면의 소(小) 사이클 시장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무릎에서 사면 자칫 단기 상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치 지난해 8~9월처럼 말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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